Hypothermal Intention

소생 의학, 저체온 요법, 삶과 죽음에 대한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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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회사에서 사람을 살리는 회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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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징그러워 보였다. “팔과 다리는 손쉽게 탈부착이 가능하고, 출혈, 골절, 화상 등의 응급처치가 가능한 사지로 교체 가능”이란 표현이 써 있는 사람 크기의 인형을 보면서 ‘예쁘다’라는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까. 이 인형의 이름은 안느. 프랑스 소녀를 본딴 얼굴을 하고 있다. 비록 윗 사진으로는 얼굴을 알아보기가 쉽지 않지만.

시작은 1940년이었다. 아스문트 래어달은 조그만 인쇄소를 운영하며 연하장이나 아이들 동화책을 찍어내 생활을 꾸려갔다. 동화책과 연하장을 사러 오는 아이들에게 래어달은 나무를 깎아 만든 장난감 인형을 팔기 시작했고, 조그만 가게는 그럭저럭 운영되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왔다. 플라스틱이었다.

가구에 부딪혀도 흠집을 내지 않는 부드러운 재료였던 플라스틱은 마치 마법의 원료 같았다. 래어달은 ‘가구친화적’인 장난감과 인형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사업은 번창하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플라스틱 피부의 인형들은 아이들로부터 사랑받았고, 어른들조차 이 인형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때때로 플라스틱 인형은 사람 그 자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래어달 역시 이 인형에게 사람에게 쏟는 것과 비슷한 애정을 보였다. 이토록 인간과 흡사한 인형이라면, 소생술 훈련용 인형으로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100년 전에 살았던 한 프랑스 소녀의 이야기를 듣고나서였다.

anne.jpg19세기 초, 세느 강에 한 소녀의 시체가 떠올랐다. 경찰이 조사에 나섰지만, 아무 것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소녀의 몸에는 어떠한 폭력의 흔적도 없었고, 저항을 했다는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 소녀의 얼굴은 아름다웠고, 채 스무 살 조차도 되지 않아 보였다. 더욱이 핏기 없는 그녀의 얼굴은 마치 지상의 것이 아닌 듯한 미소마저 지었다.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소녀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찰은 당시 널리 유행하던 방법대로, 그녀의 얼굴에서 데스마스크를 떴고, 시민들은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지만, 누구도 그녀가 어디에서 온 누구인지 설명하지 못했다. 이 알 수 없는 죽음 앞에서 파리 시민들의 상상은 끝없이 번져 갔고, 세느 강의 소녀 이야기는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소녀의 이야기는 래어달을 사로잡았다. 이 이름 모를 소녀의 이야기는 장난감으로 쓰기에는 아까워 보였던 사람과 흡사한 인형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래어달은 소생술 훈련용 인형의 얼굴이야말로 소생술을 배우는 모든 사람들이 꼭 살리고 싶을 사람의 얼굴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소녀의 얼굴이 바로 그런 얼굴이었다. 래어달이 만든 첫 소생술 훈련용 인형은, 그래서 ‘레수시 안느(Resusci Anne)’(소생의 안느)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이 인형은 압박의 강도와 정확한 부위를 압박했는지 여부 등을 측정하고, 색색의 전등으로 정확도를 알려준다. 가격은 1대 당 200만 원을 훌쩍 넘어간다. 하지만 파리 시민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신비로운 소녀는, 새로이 생명을 얻어 수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있다.

이제는 인형의 얼굴이 보인다. 징그럽다기보다는 친숙해지게 된다.

artadi 작성

1월 17, 2008, 11:18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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